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바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심정이 복잡하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간 ‘안방 싸움’이 빚어진 현장에서 김 대표만 통합행보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 진영은 최근 국회 밖에서 두 번 크게 충돌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해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 17일 광주에서 개최된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전야제에서 김 대표는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아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23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김 대표를 향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불쑥 추도식에 나타난 대인배’라고 비꼬았다. 야권 지지자들은 ‘불청객’인 김 대표에게 물세례를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식적으로 야권 지지자들이나 노씨를 비판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당내 갈등이 발생하는 현장에 김 대표가 계속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여당 대표가 ‘국민 통합’을 이유로 야당의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상황에서 계파 충돌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참석이 부담스럽지만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노씨의 추모식 발언을 두고 ‘할 말을 했다’ ‘공식석상에서 부적절했다’는 등 당내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식구끼리 안방에서 싸우는 와중에 ‘손님’에게 물을 끼얹는 장면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야당의 입지가 더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당내에서는 앞으로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비공개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통합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김 대표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야당 행사를 이용하는 것 같아 솔직히 불편하다”며 “김 대표의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친노계 인사는 “(김 대표가) 주최 측에는 알리지도 않고 언론에만 알리고 왔다고 들었는데, 의도가 보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여의나루] 野 “하필 ‘무대’ 올 때마다 집안싸움이…”
입력 2015-05-2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