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不通) 지적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카드, 정치개혁엔 황교안 총리 후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과 지난 21일 지명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카드다. 위기 또는 고비에 봉착할 때마다 이를 정면 돌파하는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박 대통령은 불통 논란에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최대의 국정운영 위기를 맞았을 때는 이병기 실장을 기용해 논란을 불식시켰다. 또 최근 ‘성완종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낙마한 뒤에는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현직 법무부 장관을 총리 후보자에 지명했다. 부정부패 의혹이 불거졌을 땐 개혁 승부수를 던지며 위기를 타개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국내 정치에선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 문제는 그렇지 않다. 집권 3년차 후반기를 눈앞에 둔 박 대통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대일(對日), 남북관계는 어떤 카드를 통해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내치(內治)는 개혁 통해 경제 재도약 올인=박 대통령은 올해 최우선 과제를 경제 재도약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선 적폐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며 고강도 ‘정치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7일 이 총리 사표 수리 및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런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황교안 카드는 앞으로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의 고삐를 한층 당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 역시 “앞으로 개혁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남은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정적인 황교안 내각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치개혁, 부패척결에 속도를 내고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 집중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잡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 속도감을 주문해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개혁에 ‘올인’해야 하는 시점을 강조하면서 의원 겸직 각료들의 국회 조기 복귀설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25일 “개혁 과제의 이행을 위해서라도 예산국회까지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변수 많은 대외(對外)관계, 유연성 보이나=박근혜정부 3년차에서도 풀리지 않는 과제는 한·일 관계와 남북관계다. 한·일 관계는 박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상태고,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단·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만큼은 박 대통령이 성과를 내야 할 시기다. 박 대통령의 대일·대북 접근법 변화가 주목되는 시기다.
한·일 관계에선 미세하나마 박 대통령의 유연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직접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제안한 데 이어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일본 측에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나가자”고 한결 유연한 대응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과거사와 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한다는 대일 외교 기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앞으로 대외적으로도 많은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꾸준한 유화 메시지를 통해 서서히 관계 회복에 접근해 간다는 취지다.
문제는 북한이다. 박근혜정부가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은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화는 여전히 재개될 움직임조차 없다. 현재로선 한·일 관계보다 운신의 폭이 더 좁은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관계 진전 여부는 현재로선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소통엔 이병기·개혁엔 황교안 카드… 대외관계엔?
입력 2015-05-26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