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긴축 정책에 지친 국민들이 좌파 정당에 표를 던졌다.
신생 좌파 정당의 득세로 스페인에서는 40년간 이어져 온 중도우파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양당체제가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포데모스(Podemos)’ 등이 참여한 좌파연합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 의회에서 약진했다고 현지 일간 엘파이스 등이 보도했다.
국민당 ‘텃밭’이었던 수도 마드리드에서 좌파연합의 ‘아오라 마드리드(Ahora Madrid)’는 시의회 의석 57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했다. 마드리드에서 24년간 집권해 온 국민당을 1표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PSOE)은 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아오라 마드리드는 전직 여성판사 마누라 카르메나(71)를 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엘파이스는 “카르메나가 사회노동당과 손잡고 시장이 될 순간”이라고 전했다.
전체 17개주 가운데 13개주에서 실시된 이날 선거에서 국민당의 지지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전국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국민당의 전체 득표율은 27.03%로 정당 순위로는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 선거에서 37.53%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국민당과 함께 스페인 정치를 양분해온 사회당은 25.03%로 2위를 차지했지만 역시 지난 선거 때(27.79%)와 비교하면 12% 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오는 11월 총선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스페인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당체제가 무너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정책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정치 부패, 그리고 이에 따른 국민의 불신이 꼽힌다.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2011년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둔 신생 좌파 정당들은 이 틈을 비집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져갔다.
포데모스를 이끄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6)는 알렉시스 치프라스(40) 그리스 총리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스페인이 경제 둔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집권당이 추진하고 있는 긴축 조치 철폐와 채무 탕감을 주장하면서 지지율을 확보했다. 스페인 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며 정치 경험을 쌓은 이글레시아스 당수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지냈고,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리스 총선 때는 치프라스 당시 후보를 찾아가 지지를 선언하며 유럽 좌파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反긴축 좌파연합, 40년 양당체제 무너뜨리다… 스페인 지방선거 좌파 약진
입력 2015-05-26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