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주도 라마디가 최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함락된 것과 관련해 “이라크 정부군이 싸우지도 않고 라마디에서 철수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카터 장관이 이라크 정부군을 비판하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카터 장관은 이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라마디의 이라크 정부군은 숫자상으로 IS에 전혀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았다”면서 “그런데도 이라크 정부군은 IS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군은 전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터 장관은 이어 “(이번 IS 격퇴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S에 맞서 싸우고 자신들을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이라크 정부군의 의지”라면서 “우리가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해 줄 수는 있지만, 전투 의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라마디에서 이라크군과 함께 IS와 전투를 벌인 쿠르드 민병대 페쉬메르가의 한 사령관급 장교는 이날 현지 매체 루다우에 “IS가 라마디의 정부청사 단지를 공격하기 이틀 전 이라크군 특전사가 이미 철수를 준비했다”며 “(특전사의) 충격스러운 배신으로 라마디가 함락됐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미국 내에서 지상군 투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는 우리의 전략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런 제안을 하겠지만 이번에 라마디에서 일어난 일은 이라크 정부군의 전투 의지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일단은 공습과 이라크군 훈련·지원으로 요약되는 현재의 IS 격퇴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 정부에 대한 지원의 종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백악관에 건의하겠다”는 발언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라크 전략 변화 가능성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IS가 시리아 중부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에서 최소 400명을 집단 살해했다고 시리아 국영TV가 이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시리아 정부 관리와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IS 대원들에 살해된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대규모 살상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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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미국 국방장관 “이라크군 전투 의지가 없다”
입력 2015-05-26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