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책 당국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소비와 관련된 지표들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회의 이후 “최근 자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경기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 가구 등 내구소비재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했지만 레저·의류 등 여가와 관련된 소비는 줄어 아직 소비심리 회복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은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가구를 구입한 금액은 지난 1월 1244억원, 2월 1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5%, 34.8% 늘었다. 전자·통신제품과 국산차 구입도 모두 증가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신용카드 사용액도 대부분 늘었다. 하지만 레저·의류·유흥 및 사치업 등의 신용카드 매출은 여전히 감소세다. 레저시설과 레저용품 구입액은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0.1%, 2월엔 3.6% 감소했다. 의류 및 직물업도 이 기간 9.7%, 6.7% 줄었다.
다른 통계에서도 소비 위축이 감지된다. 여신금융협회는 1분기 카드승인 금액은 14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해 2014년 증가율(6.2%)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협회는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과 추가 경기부양책에도 카드승인 금액 증가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국내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민간최종소비지출(추정치)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3.8%에서 올 1분기 2.1%로 1.7% 포인트나 감소했다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평균 소비성향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51만7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했지만 월 평균 지출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각종 세금 등 비소비지출은 1.0% 증가했다.
박은애 기자
정부 경기개선 신호 보인다지만… 소비심리는 아직도 꽁꽁
입력 2015-05-2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