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용카드 정보 도용 금·홍삼 온라인 구매 후 되팔아… 16억 챙기고 도박사이트까지 운영

입력 2015-05-26 02:40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불법으로 구매해 금붙이와 홍삼 등을 산 뒤 되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결제 사실이 실제 카드 명의자에게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노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도용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되팔아 16억원을 챙긴 혐의로 정모(41)씨 등 18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일당 중 8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2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러시아 도메인을 가진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건당 10∼30달러를 주고 카드 정보를 샀다. 이 정보에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명의자 이름은 물론 결제 때 필요한 CVV번호(카드보안코드), 사회보장번호, 우편번호도 포함됐다.

이를 이용해 2012년 한국조폐공사 전자쇼핑몰에서 5143차례에 걸쳐 5억3300만원 상당의 금붙이를 샀다. 2013년에는 우체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535차례에 걸쳐 홍삼 제품 2602병(5억1500만원 상당)을 구매했다. 골프용품 880만원어치도 샀다. 불법 결제에 사용한 해외카드 정보는 1175건이나 됐다. 모두 6947차례 결제를 시도했고 1262차례는 카드사가 승인을 거절했다.

이런 수법이 가능했던 건 결제 내역이 전자결제대행업체(PG)와 외환은행, 해외은행 등을 거치면서 전달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요가 많아 되팔기 쉬운 금붙이와 홍삼을 주로 사들였다. 이렇게 손에 넣은 돈으로 경마·경정·경륜을 실시간 재전송하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구축해 83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피해자 제보를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한국지사가 직접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