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요즘 야구장에선 ‘세이프 캠페인’이 한창입니다. 병이나 캔에 담은 음료를 관중석으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술은 당연히 안 됩니다. 그라운드로 던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관중의 출입문마다 검색을 강화해 투척 위험요소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반발은 있지만 야구팬들은 과거보다 협조적입니다.
하지만 선수단에는 예외인 모양입니다.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방망이를 투척한 사건이 발생했으니까요. 한화 이글스가 KT 위즈를 6대 1로 이긴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구장에서입니다. 야구 커뮤니티사이트는 25일 이 사건으로 들끓었습니다. 두 팀 선수단과 일부 관중만 알았던 이 사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힌 화면이 퍼지면서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화는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9회에 무관심 도루와 투수교체를 감행했습니다.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지키겠다는 김성근(73) 한화 감독의 승부수였죠. 프로야구에는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도루, 번트, 투수교체를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습니다. 규정은 아닙니다. 과한 승부욕을 발휘하진 말자는 취지죠.
KT 주장 신명철(37)은 경기를 마치고 항의했습니다. 폭언도 있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선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나왔죠. 여기까지만 해도 야구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해프닝입니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KT 더그아웃에서 누군가가 그라운드를 향해 방망이를 던졌습니다. 방망이는 1루 앞에서 강하게 튀어 2루까지 날아갔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없었죠. 방망이를 던진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중계방송 카메라에는 이 상황이 촬영됐습니다. 야구장을 원거리로 비출 때여서 그라운드로 날아든 방망이는 희미하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놓치지 않았죠. 문제의 장면을 확대한 사진이 인터넷으로 퍼졌습니다.
팬들은 한목소리로 비난했습니다. “상대방의 상도의에 항의하면서 스스로는 상도의를 어긴 선수에겐 프로선수 자격이 없다” “관중에겐 세이프 캠페인을 지키라면서 선수는 방망이를 던진다”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KBO와 KT는 아직 ‘범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찾지 않을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팬의 항의가 없었으면 슬그머니 넘어갈 생각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관중에게만 강화한 ‘세이프 캠페인’은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단과 선수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상도의’ 요구하며 방망이 투척… ‘세이프 캠페인’ 묵살한 선수단
입력 2015-05-26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