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윌리엄 신 캘리포니아주 검찰청 부장검사 “범죄의 흉포화, 처벌 강화만으로 막을 수 없다”

입력 2015-05-26 02:38

“점점 흉포해지는 강력범죄를 처벌 강화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윌리엄 신(한국명 신현민·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검찰청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갈수록 흉악해지는 강력범죄를 우려했다.

한인검사협회(KPA) 회장을 맡고 있는 신 검사는 21∼22일 열린 한인검사협회 서울총회 참석차 입국했다. 이민 2세대로 2004년부터 미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사형이 적용될 수 있는 중범죄 항소심 공소유지를 주로 맡고 있다.

신 검사는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주로 갱단의 조직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평범한 부부가 타코를 먹으며 앉아 있던 승용차에 갱 조직원이 기관총을 난사한 사건도 있었고, 연쇄살인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는 잔소리를 한다고 양아버지를 살해한 21세 남성 사건을 맡았다. 그는 “무려 20여 차례 흉기로 찔렀는데 모든 상처의 깊이가 3∼5인치나 될 정도로 끔직했다”며 “전과도 없던 범인이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신 검사는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강력범죄의 흉포화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예방 교육과 전과자 재활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체를 훼손하면 그냥 살인보다 형량이 더 높아진다. 그렇다고 살인을 결심했던 범인이 ‘형량 높아지니까 사체는 훼손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형량이 높아졌지만 이에 따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신 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후 검찰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한국이든 미국이든 공무를 수행하는 이가 개인적 혜택을 위해 돈을 받고 또 뇌물 때문에 하는 일이 좌우된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검사는 30년간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한 목사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브라질 상파울루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목회활동을 했다. 그는 “주말에만 단정히 옷을 입고 교회에 앉아 있으면 평소에 놀아도 (아버지가)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웃었다. 이어 “아버지 기도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