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을 앓는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의 실제 인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86·사진)와 그의 부인 얼리샤 내시(82)가 23일(현지시간)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24일 내시 부부가 전날 오후 4시30분쯤 미국 뉴저지주 턴파이크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 모두 숨졌다고 보도했다.
내시는 지난 19일 노르웨이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을 수상한 뒤 귀국하면서 미국 뉴어크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뉴저지주 경찰 그레고리 윌리엄스는 내시 부부가 사고 당시 택시 밖으로 튕겨 나왔다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내시는 오랫동안 선임 연구 수학자로 봉직한 프린스턴대학이 있는 프린스턴 타운십에 거주해 왔다. 프린스턴대학의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성명을 통해 내시 부부가 프린스턴대학 공동체의 특별한 일원이었다며 “고인의 비범한 업적은 게임이론에 영향을 받은 여러 세대의 수학자, 경제학자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기렸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러셀 크로도 내시 부부의 부고를 듣고 이날 트위터에 “충격이다. 존과 얼리샤,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보낸다. 경이적인 파트너십. 뷰티풀 마인드. 뷰티풀 하트”라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면서도 수학과 경제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내시는 1949년 21세 나이로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론(내시 균형)을 발표하며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내 얼리샤가 임신한 1958년부터 정신상태가 불안해지면서 MIT 정교수 임명 직전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그는 아내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30년 동안 투병했다. 내시는 1994년 내시 균형 등 게임이론에 기여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게임이론은 인간 경쟁의 역동성을 통찰력 있게 수학적으로 분석하면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뷰티풀 마인드’ 실제 모델 존 내시, 교통사고로 사망
입력 2015-05-26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