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 이 나이까지 노래할 줄이야… 오늘 정규 앨범 12집 내는 가수 이승철

입력 2015-05-26 08:07
가수 이승철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12집 앨범 ‘시간 참 빠르다’를 소개하고 있다. 진엔원뮤직웍스 제공

주름진 얼굴에 백발의 가수 이승철(49)이 중절모에 턱시도를 입고 노래를 부른다. 미리 가본 2045년, 이승철의 데뷔 60주년 기념 무대가 지난 23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꾸며졌다. 그는 콘서트마다 빼놓지 않는 자신의 솔로 데뷔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1989)를 부르다 눈물을 흘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0년을 보냈어요. 막상 30년 후 내 모습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먼저 간 신해철 생각도 나고 어머님도 떠오르고…. 나이 80때 턱시도 입고 노래할 수 있을까요.”

1985년 그룹 부활 1집 ‘희야’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승철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26일 정규 12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가수 인생 중 가장 보람된 시간은 지금”이라며 “이 나이까지 노래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자연스럽게 시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팝 발라드 장르의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 애잔한 ‘비 오는 거리에서’, KBS ‘프로듀사’의 OST로 사용된 ‘달링’, CCM 장르인 ‘시련이 와도’까지 완성도 높은 총 11곡이 수록됐다.

유명 작곡가인 신사동호랭이와 함께 한 ‘시간 참 빠르다’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중성을 살렸다. 1번 트랙인 ‘시련이 와도’는 CCM 가수 한수지가 발표했던 곡을 편곡했다. 그는 “기도하던 중에 이 노래를 들었다”며 “앞으로 30년을 위한 다짐이 담겨있다.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내겠다는 가사처럼 용기를 주는 곡”이라고 전했다. 또 미리 공개한 ‘마더’는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로 가사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평소 앨범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는 이번에도 큰 결단을 했다. ‘비 오는 거리에서’ 녹음을 위해 1억2000만 원짜리 1877년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들였고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등과 작업한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캐나다), 댄 패리(영국), 토니 마세라티(미국)와 믹싱을 진행했다. “믹싱 비용만 8000만원을 넘겼다”던 그는 “수록된 전곡이 모두 타이틀곡이 될 법하다”고 자부했다.

지난해 탈북청년합창단과 독도 통일송 ‘그날에’를 발표한 뒤 일본 입국을 거부당했던 그는 다음달 5일부터 미국 LA, 뉴욕, 중국 상하이, 베이징, 캐나다 밴쿠버와 호주 시드니 등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연다. 일본에도 현재 공연 비자를 신청한 상태다. 9월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 공연도 이어간다.

“기존 창법을 최대한 버리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작곡가가 원하는 창법을 따르려 했어요. 어쿠스틱 악기 하나에 목소리로만 표현해보거나 동요집, CCM 앨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북한 모란봉 합창단 지휘도 해보고 싶네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