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충무로 키워드는 ‘경성’] 1930년대 京城에선 무슨 일이… ‘경성’에 주목하는 영화 3편

입력 2015-05-27 02:37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제작되는 영화들. 위쪽부터 박보영 주연의 미스터리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하정우·전지현·이정재 주연의 시대극 ‘암살’, 박찬욱 감독·김민희 주연의 스릴러 ‘아가씨’. 각 영화사 제공

박태준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배경은 1930년대 경성(京城)이다. 경성은 서울의 옛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는 암울하면서도 민족의식이 살아있었다. 모던보이가 등장하는 등 낭만적인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곤 한다. 올해 충무로의 키워드는 ‘경성’이다.

3편의 영화가 1930년대 경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비롯해 ‘암살’과 ‘아가씨’가 그 주인공이다. 각양각색의 장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박보영이 학교의 비밀을 쫓는 소녀 주란을, 엄지원이 베일에 싸인 교장 역을 맡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2006년 독특한 장르의 ‘천하장사 마돈나’로 주목 받은 이해영 감독은 격변하는 경성의 시대적 특징을 살려 의상과 세트에 비밀스럽고 묘한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감독은 “그동안 경성을 배경으로 한 많은 작품이 단순히 시대를 재현하는 데 힘썼다면 이번 영화는 고증의 한계에서 벗어나 상상력과 긴장감을 덧입혔다”고 밝혔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의 박보영(25)은 ‘울학교 이티’(2008) ‘피끓는 청춘’(2014) 등 교복을 입은 배역을 많이 맡았다. 이번에도 계모의 손에 이끌려 경성의 기숙학교로 전학온 여학생으로 또 다시 교복을 입었다. 그는 “시나리오가 흥미로웠고 시대가 주는 매력도 있어 작품을 선택했다”며 “교복을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엄지원이 다정한 말투와 온화한 미소 뒤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기숙학교의 교장 역을 맡았다. 엄지원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여성 배역 중심의 미스터리 장르”라고 소개한 뒤 “여성만의 가녀린 섬세함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무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예 박소담은 무심한 표정연기로 미스터리를 이끄는 학생으로 나온다. 6월 18일 개봉 예정.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암살’은 1933년 중국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암살 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과 임시정부대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들의 선택과 운명을 그린 시대극이다. ‘타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등 스타들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시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다채로운 볼거리와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할 예정이다.

조국도 이름도 없는 인물들의 결연한 표정을 담은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암살’은 지난 3월 열린 제39회 홍콩 필름 마켓에서 해외 포스터만으로 북미,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9개 국가에 선(先) 판매되기도 했다. ‘도둑들’을 구입했던 해외 배급사들이 최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암살’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 작가 사라 워터서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경성과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옮긴 스릴러 작품이다.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과 개성 있는 신예 김태리의 앙상블이 기대된다. 박 감독의 ‘박쥐’에서 히스테리 시어머니로 인상을 남긴 김해숙이 아가씨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여집사로 나오고 문소리가 아가씨의 이모로 출연한다. 6월 촬영을 시작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1930년대의 경성이 3편의 영화에서 각각 어떻게 묘사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