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릴러 ‘차일드 44’] 1952년 소비에트연방서 발생한 아동 연쇄살인사건 추적

입력 2015-05-27 02:32

“결말을 향해 치달을수록 관객을 사로잡는 실화 추적 스릴러와 카리스마 넘치는 톰 하디의 내면연기가 137분간 빛을 발했다.” 28일 개봉되는 영화 ‘차일드 44’(사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1952년 범죄가 없는 완벽한 국가를 표방하는 소비에트연방에서 아이 44명의 죽음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다뤘다.

모스크바에서 비밀경찰로 출세 가도를 달려온 레오(톰 하디). 그는 완벽한 국가에서 범죄란 없다는 신념 아래 철길 옆에서 어린 아이가 시체로 발견된 것을 단순 기차사고로 종결짓는다. 이즈음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동료의 음모로 아내 라이사(누미 라파스)가 스파이로 지목된다. 하지만 차마 아내를 고발하지 못한 레오는 볼스크의 민병대로 좌천된다. 볼스크에서도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자 레오는 과거의 사건과 비슷한 점을 수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민병대 대장 네스테로프(게리 올드만)와 함께 아동 연쇄살인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벌인 실제 사건들이 점차 드러난다.

2008년 발표된 소설 ‘차일드 44’는 36개국에 출간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베스트셀러다. 이 소설을 읽고 흥미를 느낀 스릴러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화려한 액션과 거친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 톰 하디가 이번에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묵직한 내면연기를 선보였다.

1950∼60년대 소비에트 스타일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코에서 촬영됐다.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군복 400벌이 제작됐고, 기차역에 군중이 모인 장면을 위해 800여명 엑스트라의 의상을 별도로 마련했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러시아인 악센트를 구사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독재 정권에서 진실에 대한 문제를 긴장감 있게 전개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잔인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장대한 숲 속 철길을 지나가는 열차의 풍경은 보너스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는 이 영화의 자국 상영을 금지했다. 소비에트연방 시민의 이미지에 대해 ‘괴상한 해석’을 했다는 게 이유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