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낮 경기도 구리시 구리실내체육관에서는 노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목회자들의 결혼축하 노래가 감미롭게 울려퍼졌다. 잠시 후 연지곤지 찍고 사모관대 차림의 노(老)부부 여러 쌍이 다소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장했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입맞춤과 포옹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린아이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50년 넘게 가정을 꾸리고 화목한 삶을 산 부부 11쌍이 이웃 주민의 축하 속에 금혼식(金婚式)을 올렸다. 노부부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웨딩 촬영을 할 때에는 50년 세월을 거슬러 신혼의 단꿈에 젖는 듯했다.
신랑 김경목(83) 할아버지는 “일평생을 못난 나만 바라보고 살아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족두리를 쓴 신부 최정자(76·구리중앙교회 권사) 할머니는 “1남4녀를 키우며 살았는데 앞으로 남편과 더 화목하게 살겠다”면서 “노인들도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기독 구호단체 ‘나눔과기쁨’ 구리지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50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부부를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였다. 구리지부에는 현재 본푸른교회 벧엘교회 인창제일교회 산성교회 무지개교회 평안교회 주찬양교회 대은교회 등 지역 8개 교회가 소속돼 있다. 구리지부는 지난해 5월 1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불우이웃들에게 반찬과 쌀, 빵 나눔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나눔과기쁨 구리지부장 소재형(주찬양교회) 목사는 “이번 행사는 가정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자는 뜻에서 준비했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녕이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나눔과기쁨 이사장 서경석 목사는 축사에서 “이웃을 위한 이런 나눔행사가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저도 10년 뒤면 결혼 50주년을 맞는데 사회자가 시킨다면 아내와 진한 키스를 한번 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장수하고 금혼식을 올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시는 분들”이라며 “행사를 준비한 교회 구성원들에게 하나님의 큰 은혜와 축복이 함께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축사를 전했다.
구리지부는 이들 부부의 금혼식 외에 참석한 노인 1000여명을 위해 침과 이·미용 봉사, 바자, 기념품 증정 등의 효도잔치를 열었다. 봉사활동을 한 신경철(구리 대은교회) 목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들이 오늘 하루만큼은 고단한 농사일 등을 접고 즐겁게 지내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구리=글·사진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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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기쁨’ 구리지부 장수 부부 11쌍 금혼식 “반백년 내 곁을 지켜준 고마운 당신께 키스를…”
입력 2015-05-26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