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마트폰 닮아가는 TV 시장… 신기술 프리미엄 제품 내놔도 보급형만 찾아

입력 2015-05-26 02:52

전 세계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TV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중저가 보급형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1분기 TV 부문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900억원 이익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LG전자도 TV 사업을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가 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었다.

양사가 1분기 TV 사업에서 나쁜 실적을 낸 것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 1분기는 TV 비수기인 데다 유럽과 신흥국가는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수요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패널 가격 등 재료비는 증가해 부담은 늘었다.

외부 요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보급형 TV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LCD는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있다. 과거에 비해 화질은 비약적으로 좋아졌고, 가격도 저렴하다. 삼성전자 SUHD TV나 LG전자 올레드 TV는 최소 300만원 이상을 주고 사야 한다. 반면 최근 가장 많이 찾는 크기인 50인치 초고화질(UHD) LCD TV는 100만원 중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SUHD나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TV가 보급형에 비해 화질이나 기능이 좋긴 하지만 배 이상의 돈을 줄 정도로 차이가 나는 건 아니라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0)씨는 “혼수 가전이라 제일 비싼 TV를 사려고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보급형 제품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해마다 앞 다퉈 신기술을 내놓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프리미엄 TV의 필요성을 덜 느끼는 셈이다. 마치 스마트폰 사양 평준화로 보급형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가격 인하에 불을 지피고 있다. TV 평균 판매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400달러(43만6000원)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TV 시장은 수요는 계속 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TV 시장은 올해 2억3500만대에서 2020년 2억55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UHD TV가 8500만대로 전체 시장의 33%까지 비중이 높아지고 올레드 TV도 450만대까지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TV의 가격도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올레드 TV의 경우 55인치의 가격이 2013년 1500만원이었는데 최근에는 300만원대로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