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일찍부터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할리우드도 두 손 든 상대가 있다. 홍콩에서 시작된 중국 영화다. 이소룡과 성룡의 권격을 거쳐 주윤발의 쌍권총 총질로 이어진 중국 영화의 액션이 전 세계를 정복한 것이다.
요즘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을 보라. 붕붕 날고 뛰는 중국 무술식 액션이 판친다.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떠오른 제이슨 스태텀이 대표 예다. 현란한 발차기를 위주로 한 그의 액션은 중국 무술배우들 뺨친다. 애크로바트에 가까운 그의 싸움장면과 격투 시퀀스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007 위기일발’의 기차 침대칸 내 드잡이질을 비교해 보라. 만화 같은 스태텀에 비해 좁은 침대칸에서 뒤엉켜 싸우는 숀 코너리와 로버트 쇼의 모습은 손에 땀이 밸만큼 현실감 있고 박진감 넘친다.
칼싸움도 마찬가지. 앙트완 후쿠아 감독의 ‘킹 아서’(2004)에선 원탁의 기사들이 중국식 검술을 구사한다. 존 부어맨 감독이 역시 아서왕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엑스칼리버’(1981)에 비하면 완전 중국 영화다. 총싸움 역시 중국 액션에 의해 평정됐다. 경극(京劇)의 안무를 가미해 발레를 방불케 하는 ‘영웅본색’류의 과잉총질이 할리우드를 삼켜버렸다.
아무리 중국식 액션이 요즘 영화의 대세라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긴장감 넘쳤던 옛 할리우드식 액션이 자꾸 그리워진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21) 중국 액션의 승리
입력 2015-05-2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