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후 70년 담화, 쓸데없는 사죄보다 미래지향”

입력 2015-05-25 03:4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내용을 검토 중인 총리 자문기구 ‘전문가 회의’의 좌장인 니시무로 다이조(79) 닛폰유세이 사장이 사죄 표현을 담화에 담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베 담화엔 지난달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때처럼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표현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교도통신 등은 니시무로 좌장이 전날 총리 관저에서 열린 5차 전문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쓸데없이 사죄하는 것보다 미래지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앞으로 회의에서) 과거에 대한 논의만을 할 생각은 없으며 (아베) 총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중국과의 전후 화해’ 문제가 논의된 회의에서는 “화해는 일방적 사죄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본 관광교류 사절단 환영식에서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의 죄행을 감추고 역사의 진상을 왜곡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침략 역사를 왜곡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정의와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이란 말을 인용해 “중·일 양국민이 덕으로서 진정한 친구가 될 때 세대로 계승되는 우호 관계를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 주석은 “이웃은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 국가는 결코 선택할 수 없으며 중국은 중·일 관계의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중·일 관계가 어떤 역사적 풍파를 거쳤어도 이런 기본 방침은 시종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중단 대표인 니카이 도시히로(76) 자민당 총무회장은 “시 주석이 말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며 그 실현을 위해 우리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하며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아베 담화에 대한 견제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그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아베 총리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이날 만찬까지 참석한 것만으로도 중·일 관계가 ‘대화 없는 갈등관계’에서 ‘대화하는 갈등관계’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시 주석은 친서를 받은 뒤 “아베 총리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니카이 총무회장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