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유족 대표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날선 반감 표출로 어색한 분위기로 끝났다.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거행된 추도식은 애국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추도사, 유족 인사말 등의 순서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대표는 오후 2시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도착하자 허리 숙여 인사했고 문 대표와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아 두세 차례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추도사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유족 대표 인사말을 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건호씨는 연설 중반부터 김 대표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었다.
건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를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라고 비아냥거리며 맹비난했다. 순간 청중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돌발 상황에 김 대표 등 여권 관계자들은 물론 일부 야당 인사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건호씨는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상회담 회의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권력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키고,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 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몰아붙였다.
연설문은 주위 인사들과 상의 없이 건호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직원인 건호씨는 현재 휴직상태로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 대표가 추도식 후 묘역을 참배하고 밖으로 걸어 나올 때 일부 시민들은 고함을 치고 욕설을 퍼부었다. 생수통을 던지고 물을 뿌리는 이들도 있었다.
새정치연합 ‘비노’ 인사들에게도 물세례와 비난이 쏟아졌다.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김한길 전 대표에게 일부 친노 지지자들은 “너만 살겠다는 거냐”고 비난하며 물을 뿌리기도 했다. 일부는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도 야유를 퍼부었다.
김해=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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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 발언 파장] 金-文, 나란히 앉아… 건호씨 비난 후 분위기 급랭
입력 2015-05-25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