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김상곤 수락 배경과 과제] 독배냐 성배냐… 내홍 수습·공천 혁신에 달렸다

입력 2015-05-25 02:5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한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4일 장고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 내홍 수습과 ‘화약고’인 공천 문제를 다뤄야 하는 자리지만 김 위원장의 당내 기반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1야당 혁신위원장, 독배인가, 성배인가=김 위원장은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 사흘 넘게 고민했다. 교육감 재직 시절 혁신학교와 무상급식 등 굵직한 개혁적인 교육정책을 관철시켜 ‘혁신의 아이콘’이 된 그지만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을 봉합하고,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드는 일은 교육혁신과는 다른 차원의 중압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내놓은 쇄신안이 당내 갈등을 더 키우게 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태롭게 할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 자리가 독배나 다름없고 혁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맞을 수 있다”며 부담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당의 화합과 혁신에 성공한다면 김 위원장은 정치적 성배(聖杯)를 손에 쥐게 된다. 야권 차기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거절한 자리인 데다 당 안팎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상곤 혁신위’의 숙제는=당 최고위원회는 혁신위가 인사·당무·공천 혁신을 중심으로 제한 없이 논의해 쇄신안을 만들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과제는 공천 혁신이다. 이미 당내 계파 갈등은 ‘공천 전쟁’으로 비화된 상태다.

일단 비노(비노무현)계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추천을 받은 김 위원장이 당무 혁신이나 공천 개혁을 통해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독점’을 견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상곤 혁신위’가 결국 ‘허수아비 혁신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계파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수 있는 공천 혁신 분야를 다룰 때 원외 인사의 한계가 노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김진표 전 의원에게 패했고, 같은 해 7·30재보선 때는 경기 수원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배제됐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서 당과 대표의 쇄신 의지와 혁신위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지 등을 수차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혁신의 전권을 주기로 공감대가 모아졌다”며 “혁신위의 소관 사항에 대해 사실상 제약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약속했다.

◇文, “계파라는 말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문 대표는 혁신위에 계파주의·패권주의 청산과 공천개혁제도의 조속한 확립,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혁신 주도 등을 주문했다.

특히 계파 패권주의와 관련해 그는 “계파주의나 패권주의에 대한 논쟁보다 (앞으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만찬 모임을 갖고 ‘희망스크럼’ 구성에 함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문 대표에게) 조금 더 많이, 널리 포용하면 좋겠다. 저도 돕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당과 저는)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전했다. 희망스크럼은 문 대표가 2·8전당대회 당시 제안했던 일종의 ‘미래 기구’다.

문 대표는 19일 안 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앞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들로 확대할 계획이다.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