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일반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워지기 위한 화장품이지만 여성운동가들에게는 여성해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상징물이다. 또 경제학자들에게 립스틱은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도구의 하나다.
립스틱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5000여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립스틱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는 남성들도 립스틱을 발랐다고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배우나 매춘부가 주로 사용하던 립스틱이 20세기초 ‘개념 화장품’으로 변신한다. 제1차 세계 대전으로 남성들이 징집되면서 사회활동이 왕성해진 미국 여성들은 참정권을 주장한다. 투표권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일 때 여성들은 립스틱을 짙게 발랐다. 이후 립스틱은 여성해방의 상징이 됐다. 한때 보수적인 영국에선 립스틱 생산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경제학에서는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때 작은 투자로 큰 만족감을 주는 상품의 매출이 높아진다는 이론이 있다. 이른바 립스틱 효과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대공황 당시 만들어졌다. 립스틱만 발라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울 때는 립스틱을 산다는 것이다. 특히 화려한 색깔의 립스틱을. 에스티로더는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지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립스틱 지수를 2001년 발표하기도 했다.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미국에서 립스틱 판매가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립스틱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하반기 백화점 립스틱 매출이 20∼30%나 증가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작은 투자로 큰 만족감, 불황에 강한 립스틱… 립스틱 경제학
입력 2015-05-26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