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축제 서울광장 허가 취소·봉은사 역명 변경하라’ 기독교계 요구, 박원순 시장 사실상 거부

입력 2015-05-25 00:22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왼쪽 두 번째) 등 한기총 지도부 인사들이 22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게 다음달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동성애 축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 축제(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봉은사역명을 변경하라는 기독교계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박 시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등과 면담을 갖고 “서울광장(이용)은 조례상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이기 때문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도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시장인 저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동성애를 표현의 자유로 (생각하거나), (동성애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주한 영국 대사도 이번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다. 유럽 등의 경우 나라마다 동성애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회장은 “그것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이야기이며, 한국은 동양의 보수적 전통, 효 사상을 따르고 있기에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심에서 벌거벗고 음란한 일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다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용규 전 한기총 대표회장도 “한국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면서 “6월 9일과 28일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때 동성애자들이 거의 나체로 행진할 텐데 서울시가 방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박 시장은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과 관련해서도 강남구청과 서울시지명위원회가 결정한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박 시장은 “봉은사역명은 강남구청에서 추천한 것이며,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저는 당도 다르고 상의한 바도 없다”면서 “역명 결정은 서울시지명위원회가 했는데 봉은사역으로 하라, 하지 말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계는 한기총의 요청을 사실상 묵살한 박 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박 시장은 동성애자들에게 한 번도 개방하지 않았던 서울광장을 열어줬다”면서 “박 시장은 조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도현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 대변인도 “친일논란이 있는데도 봉은사에 역사성을 부여해 단독 역명으로 확정·고시한 장본인은 박 시장”이라며 “봉은사 미래위원장 출신인 박 시장은 역명 확정 10개월 전에 봉은사 주지를 만나 역명과 관련해 긍정적 답변까지 해놓고 이제와 발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지명위원들은 ‘자문만 했을 뿐 결정은 서울시가 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데, 박 시장은 무책임하고 부정직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제출한 ‘공공의 질서를 해치는 퀴어문화축제 반대의 건’에 대해 “나체 퍼레이드 등 공공질서를 해치는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은 26일 퀴어문화축제와 봉은사역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서울시청 앞에서 가질 계획이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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