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에 단단히 ‘甲질’한 박범훈

입력 2015-05-25 02:52
“왜 보고도 없이 중앙대에 현장실사를 나갔나. 문제 있는 담당 과장 등을 인사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더 이상 조사하지 마라. 적당히 소명을 받아 문제없이 처리하라. 반드시 승인되게 하라.”

박범훈(67·구속기소)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012년 11월 29일 오후 구모 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장을 청와대로 불러 이같이 지시했다. 구 전 실장의 부하직원인 김모 교과부 사립대학제도과장과 부하 사무관이 중앙대 서울·안성 캠퍼스에 현장실사를 다녀온 직후였다. 이들은 중앙대가 교과부에 제출한 소명자료가 엉터리라는 것을 파악하고 추가적인 정밀조사와 감사에 들어가려던 차였다. 당시 서울캠퍼스 정원 190명이 안성캠퍼스로 허위 이전된 사실이 적발됐다.

박 전 수석은 이날 이모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 등을 불러놓고도 같은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중앙대가 명백하게 법령을 위반했으며 단일교지 승인안을 처리하는 건 위법 상태를 심화시키는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왔지만 무시했다. 부하직원들은 박 전 수석의 ‘막무가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비서관은 11월 초 김 과장 등을 불러 ‘수석님께서 내리신 지시를 왜 따르지 않느냐. 업무태만으로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의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 과장 등이 말을 듣지 않고 정밀조사에 들어가자 결국 12월 4일 이들을 지방 국립대로 발령 냈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 권력을 중앙대에 특혜를 주고 ‘일 잘하는’ 공무원을 좌천시키는 수단으로 썼다.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 전 수석은 누구보다 학교의 당면과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숙원 사업이던 본·분교 및 적십자간호대학 통폐합뿐 아니라 단일교지 인정 요청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교과부 공무원들을 수시로 불러 독촉한 결과였다. 박 전 수석은 그 대가로 박용성(75) 전 두산그룹 회장과 이태희(63) 전 두산 사장 등에게서 두산타워 상가 임대권 등 1억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