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주식 투자에 손을 댔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에겐 악재가 터졌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의문만 있었을 뿐 사실상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국내 금리 인상에 충격을 받을 취약계층은 부지런히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향후 시장 안팎의 관심사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4일 “초저금리에 기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를 하던 행태는 이제는 매우 위험한 시기가 됐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로드아일랜드주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우회적 방법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던 연준이 직접적으로 연내 인상에 못을 박은 것이다. 옐런 의장은 “고용과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 때까지 통화정책 강화를 늦춘다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옐런의 발언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할 것이라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은행이 언제쯤 금리를 올릴지를 가늠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형태의 기존 대출 금리가 따라서 오른다. 특히 10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 소비 제약과 가계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위안거리다. 옐런 의장은 “연방기금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다음에는 정상화의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연방기금금리가 장기적인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일 것이라는 데는 한은의 전망도 일치한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이 곧바로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제로 금리 상태인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일 구조개혁, 세수 확보와 함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3.0% 경제성장률 고수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은으로선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기가 쉽지 않게 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내 美금리 인상·속도는 점진적”… 9월 가능성
입력 2015-05-2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