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발언 파장] 野도 놀란 喪主의 증오… 정치권 “신중치 못했다”

입력 2015-05-25 02:38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대표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 사진)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오른쪽 사진)가 이날 추도식장을 빠져 나오던 중 물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의 작심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건호씨는 23일 노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면전에서 강도 높으면서도 조롱 섞인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예상 밖의 비판 포화에 김 대표는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 야당 관계자들까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는 24일 상황의 심각성과 미묘함을 의식한 듯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의 여권에 대한 증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상주(喪主)가 추도식에 온 조문객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하는 여야 의원들이 적지 않다.

◇뿌리 깊은 분노가 폭발한 것인가=건호씨는 김 대표를 향해 “‘전직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면서 피를 토하듯 대화록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면서 반어법을 쓰며 조롱하듯 비판했다. 이어 “오해하지 말라. 사과나 반성, 그런 것은 필요없다”며 “제발 나라 생각을 좀 하라”라고 질타했다.

건호씨 발언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의 김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가 이번 발언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부산 서면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회의록 불법 열람·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여권의 공격,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메시지인가=지난 대선 당시 NLL 논란에 이어 최근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권은 노무현정부 당시 두 차례나 이뤄졌던 특별사면을 끄집어내며 반전을 모색했다. 이번 발언은 여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또다시 공격할 경우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친노 결집과 ‘문재인 대표 구하기’ 포석의 발언인가=새정치민주연합은 각종 선거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로 갈라져 계파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노 지지층 결집을 위해 건호씨가 과감하게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친노 좌장 문재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내에서 문 대표를 흔드는 세력에게도 똑같은 비판의 화살을 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인 것이다.

김 대표의 국민통합 행보에 상처를 내 김 대표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떠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