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구조개혁 성과 내는데 한국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최경환 ‘아베노믹스 예찬’ 왜?

입력 2015-05-25 02:58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일본 예찬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2년6개월 만에 재개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전후로 ‘립 서비스’ 수준을 넘어서 진심이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円低)’로 우리 경제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인’ 최경환의 절박함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 직후 한국 특파원단 기자간담회에서 “옛날엔 ‘한국이 대통령 중심제라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일본 사람들이 부러워했다”면서 “지금 일본은 ‘뭔가 할 수 있는’ 구조가 됐는데, 한국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과거엔 일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였는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했다”고 부러워했다. 최 부총리는 “(아베노믹스에) 처음에는 구조개혁이 빠져 있어 우려했는데, 정치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구조개혁 성과가 일정 부분 나타났다”며 “농업부문, 의료, 경제특구 조성, 관광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일본 아베 내각은 5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국회에서 양원 과반 의석(연립여당)까지 틀어쥔 채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이처럼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은 국회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의 현실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하고 안을 내도 관철되지 않는다”면서 “4대 부문(노동·교육·금융·공공) 혁신을 통해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목을 잡는데 어떻게 달리느냐”고 우리 정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정치권으로 돌아가야 할 최 부총리로서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은커녕 태클을 걸고 있는 국회가 못내 아쉬운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당시에도 특파원들을 만나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마비법”이라며 민생·경제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1차적으로 야당에 대한 비판이겠지만 ‘말로만’ 민생과 경제를 챙긴다고 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여당 지도부에 대한 섭섭함도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인 그가 국회 복귀를 앞두고 청와대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