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됐으나 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 차관에게 일상적인 업무를 위임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지만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총리도 장관도 아닌 매우 어정쩡한 모양새다. 곧바로 장관 이임식을 갖고 총리직 준비에 몰두하는 것이 옳다.
황 후보자에게는 약 한 달간의 총리공석에 따른 행정공백을 하루빨리 메울 책무가 있다. 4대 개혁을 완수해 경제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례 없이 이완된 공직사회 분위기를 쇄신하는 게 시급하다. 비록 정식 임명을 받지 않았지만 어떤 비전을 갖고 내각을 이끌어갈지 구상하는 데 매진할 때다. 청문회 준비에 머물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책 목표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황 후보자가 총리직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부터 지명해야 한다. 황 총리 후보자 지명과 동시에 후임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게 순리인데도 박 대통령은 시기를 놓쳤다. 장관 후보자 지명이 늦어질 만한 사정이 있다면 황 후보자는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차관이 직무를 대행토록 하는 게 좋겠다. 황 후보자가 총리 임명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당연히 법무부 장관직도 사퇴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 장관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의 행정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긴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황 후보자를 지명 첫날부터 ‘총리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정치공세에 열 올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적격 여부는 법에 따라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고 본회의 임명동의안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한 대여 공세 차원에서 황 후보자 흠집 내기에 몰입한다면 국민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가로막아 3개월 가까이 대법관 공백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다. 황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다고 임명동의안 처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시킬 생각은 행여라도 해선 안 된다.
[사설] 황 후보자, 총리 준비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입력 2015-05-25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