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태양의 서커스

입력 2015-05-25 00:10

캐나다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는 차별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영전략인 블루오션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았으며 기존 서커스 업계의 관행이던 동물 묘기를 없애는 대신 음악, 춤, 패션, 조명 등이 어우러진 공연예술로 바꿔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48개국에서 1억6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연 매출은 10억 달러 정도다.

몇 차례 내한공연도 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최근 국내에서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에서 융복합콘텐츠의 대표적 사례로 태양의 서커스를 꼽는가 하면 서울문화재단이 구의취수장을 국내 최초 거리예술 베이스캠프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개관하면서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 20일 삼성전자 사장단이 질 생크루아 태양의 서커스 부사장을 초청해 성공 비결을 들은 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됐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2010년대 들어 흥행 부진 누적으로 재정난이 가중되자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결국 전체 지분의 90%를 가지고 있던 창업주 기 랄리베르테는 지난 4월 미국의 사모펀드 TPG캐피털과 중국 푸싱 그룹에 80%를 15억 달러에 매각했다.

TPG캐피털과 푸싱 그룹은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향후 태양의 서커스 운영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연계 관계자들은 현재 라스베이거스 등 리조트에서 규모를 축소해 쇼를 이어나가거나 영화·TV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서커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태양의 서커스의 기존 명성은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랄리베르테가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다고는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를 여전히 성공사례로만 보기는 어려워졌다. 오히려 태양의 서커스가 위기에 처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