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일 재무장관 회담 겨냥 선제공격?… 日, ‘후쿠시마産 수산물 수입 금지’ 제소 노림수는

입력 2015-05-23 02:17
일본이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21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를 ‘무역분쟁화’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일종의 ‘선제공격’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과 대만 정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그동안 기존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 측에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해 왔다. 우리나라가 국민 정서를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제적 공론화를 통해 우리 정부의 반응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표면적 의도다.

WTO 제소는 통상 10여 단계의 절차를 거쳐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의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당장 2년여 만에 23일 열리는 양국 재무장관 회담을 겨냥한 압박이자 동시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미·일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에서 힘을 앞세운 관계 재설정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금수조치 해제를 위한 ‘본보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국가보다 걸려 있는 현안이 많고 일본 정부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한국 정부와의 매듭을 먼저 풀어 이들 국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12일 하야시 요시마사 농림수산상은 대만이 원전 사고를 이유로 일본 식품수입 규제를 강화하자 “WTO 제소를 포함한 응분의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뜩이나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악재가 추가되면서 더 암담해졌다. 경제 분야에서 우리는 수산물 금수와는 별개로 한·중·일 FTA와 TPP 가입 문제를 일본 측과 논의한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WTO 제소를 통한 공론화 전략에 따라 일본은 이를 여타 통상 현안들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총체적 타결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미국 등 국제사회 내 과거사 문제 전방위 외교전 등을 펼치는 와중에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과 철저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국의 갈등은 자존심을 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꽉 막힌 한·일 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기대하던 개별 분야별 타협과 실질적 개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