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법무부 장관직을 유지한 채 서울 통의동 총리 후보자 사무실이 아닌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장관실로 출근했다. 그는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자 “수고하십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장관실로 들어갔다.
황 후보자는 예정돼 있던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교정대상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중요한 현안 결재는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분간 장관의 외부 공식 일정은 차관이 대신 하는 쪽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황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언제 장관직에서 물러날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 후보자라고 해도 현직 공무원일 경우 그 직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아직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았고, 업무가 산적한 만큼 황 후보자도 과거 전례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후보자 지명을 받고도 현직을 유지한 사례는 김황식 전 총리가 있다. 2011년 감사원장이던 김 전 총리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뒤에도 감사원장으로서 각종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와 국회 인준을 마친 뒤 감사원장 퇴임식과 총리 취임식을 같은 날 치렀다. 김 전 총리는 감사원장 직을 유지한 채 통의동 총리 후보자 사무실에도 출근했다. 따라서 황 후보자도 이런 전례에 따라 청문회 준비와 법무부 장관 업무를 동시에 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황 후보자는 장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재산신고 사항과 세금납부 실적 등을 비롯한 각종 준비 자료들을 검토했다. 특히 2013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쟁점이 됐던 ‘전관예우’ 논란, 피부병으로 인한 병역면제 문제 등과 함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검찰의 각종 정치적 사건 개입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우선 정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총괄하는 인사청문회 준비팀과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미 총리실 청문회 준비팀 소속 직원들은 통의동 후보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총리실은 이번에는 과거 총리 후보자들의 실수를 황 후보자 측이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꼼꼼하게 쟁점 사안들을 후보자 측과 점검해 확실한 입장이 결정되기 전에는 언론 등에 다른 말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반영하듯 황 후보자 본인도 언론의 사전검증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경우 직접 대응하지 않고 총리실 공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설화’가 불거지거나 ‘미숙한 대응’으로 자칫 화를 키우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안대희 문창극 전 후보자와 이완구 전 총리까지 후보자 지명을 받은 직후 일으킨 ‘말실수’가 반면교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의 ‘진중한’ 성격도 총리실의 이 같은 방침에 큰 작용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황 후보자의 언행이 도리어 ‘불통’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무감각이 필요한 대(對)국회 관계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원리·원칙만 따지면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창호 지호일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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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