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수산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 규제에 대해 21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직전단계인 양자협의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제소 절차는 10여 단계, 12∼15개월이 걸리는 데다 당사국 간 협의가 지연되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일본의 이번 조치는 WTO 내 분쟁 해결보다는 수산물 금수 문제를 양국 간 무역협상의 정식 의제로 올려 대한(對韓)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변에서 생산되는 50개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다 2012년 여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된 것이 확인되자 그해 9월 9일부터 후쿠시마 이바라키 이와테 등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8만1087t에 이르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2만6657t으로 격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금수조치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여름 방사성 물질 해양 누출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게다가 이웃나라들에 잠재적 건강 피해와 엄청난 걱정을 끼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바닷속 방사능 물질이 여전한데도 마치 오염이 사라진 것처럼 WTO 제소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민간 중심의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 현지 조사를 포함해 수입금지 조치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이 위험하다는 과학적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다음달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내부피폭으로부터의 안전성은 기준치가 없다고 말한다. 기준치는 사회적 합의일 뿐이다.정부는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잔존한다고 판단되는 한 수입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
[사설] 日, 자국민에게 ‘방사능 수산물’ 권할 수 있겠나
입력 2015-05-23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