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난 3월 5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늑대들이 무리 지어 호랑이를 잡듯이 ‘늑대 축구’로 강팀을 잡겠다.” 다들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재정이 열악해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는 시민구단인 인천이 강팀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 전북 현대의 12라운드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인천-전북전은 전력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다윗과 힘겨운 일정으로 지쳐 있는 골리앗이라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천은 최근 3연승을 포함해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를 기록하며 어느새 공동 5위(승점 15)까지 올라섰다.
인천은 지난 시즌 33득점(10위)에 그쳤다. 12명의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했는데, 이보(7골·허난젠예)와 진성욱(6골)에게 쏠렸다.
하지만 스트라이커 출신인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시즌엔 득점 분포가 고르다. 인천은 11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11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상대 자책골로 득점한 1골을 제외하면 총 7명의 선수들이 득점을 올렸다.
김인성이 3골로 가장 많고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김진환이 2골을 넣었다. 그 외에 박세직, 김동석, 이천수, 김도혁, 박대한이 1골씩 기록 중이다. 무리를 지어 상대를 몰아붙이는 인천 늑대들 가운데 어느 늑대가 이번 전북전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9승1무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 역시 리그 3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느라 선수들이 지쳐 있다. 5월 들어 벌써 5경기를 치렀다. 전북은 이번 인천전이 끝나면 곧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26일 베이징 궈안과 ACL 16강 2차전을 치러야 한다. 16강 1차전에서 1대 1로 비긴 전북은 2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인천전에 총력전을 펼치기 어렵다. 인천 ‘늑대 축구’가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인천은 지난 3월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이번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선 0대 0으로 비겼다.
인천이 전북을 꺾고 4연승을 내달리며 상위권에 오를 것인지 아니면 전북이 1강의 위용을 과시할지 팬들의 관심을 ‘전주성’으로 향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시민구단 인천 ‘늑대 축구’ 오늘 일낼까
입력 2015-05-23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