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③ 신채연 포시즌시스템 대표] 희귀병 수술 ‘기적’에 사업 달란트 ‘은혜’까지

입력 2015-05-25 00:34
신채연 포시즌시스템 대표는 최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희귀병인 ‘후종인대골화증’을 발견하고 수술하는 과정을 통해 여호와이레의 하나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삼성 시스템에어컨 전문기술점 ‘포시즌시스템’의 신채연(56) 대표는 난치성 희귀병 환자다. 병명은 ‘후종인대골화증’이다. 목 안의 인대가 굳어 그 안에 있는 혈관을 좁게 만드는 병이다. 끝까지 좁혀지면 전신마비가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 병은 증상으로 알 수가 없다. 손발이 저리면 오십견, 팔이 안 올라가면 목디스크, 주먹이 안 쥐어지면 신경통으로 오진된다. 엑스레이 판독도 어렵다. 신 대표도 여러 차례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병을 안다 해도 손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병원 몇 곳을 찾아갔지만 치료할 수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포시즌시스템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여호와이레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적으로 이 병을 발견하고 수술했다”고 간증했다.

◇여호와이레 하나님=신 대표는 2012년 7월 서울 선한목자병원의 시스템에어컨 공사 감독을 맡았다. 항상 손발이 저리고 어깨가 아프고 얼굴이 붓던 그는 병원에 간 김에 다시 한 번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다른 병원에서처럼 별다른 진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의사는 후종인대골화증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이 의사는 경추부문에서 국내 일인자였다. 신 대표는 “하나님께서 병을 알려주시기 위해 경추 전문가를 예비해 두신 것”이라고 말했다.

병명은 알았지만 고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먼저 기도했다. 그가 섬기는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성도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성도들이 기도실에 붙여놓은 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기도해줬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 성도가 9만여명인데도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치료할 수 있는 의사도 직접 찾아 나섰다. 하지만 큰 병원 의사도 “결과가 뻔하다”며 치료를 거부했다. “멀쩡하게 걸어 들어왔다가 실려 가는 병”이라며 “사시는 데까지 사실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경추 명의’라고 검색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윤도흠 박사를 찾았고 5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혈관을 보호하는 관을 삽입하는 수술인데 경과가 좋아요. 보통은 수술도 잘 해주지 않는 병인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수술할 수 있게 하셨어요.”

그가 희귀병을 얻은 것은 사업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는 10여년간 주부로 살았다. 남편 서학종(57)씨가 1997년 에어컨 설치전문점을 시작하면서 공동대표를 맡았다. 관급 공사를 수주할때는 여성 대표가 우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교회 등 종교시장, 신 대표는 일반시장을 맡았다. 재고관리, 창고관리부터 시작했다. 사업은 금방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런데 그해 말 외환위기가 닥쳤다.

“당시 전 국민이 금을 모을 때인데, 누가 에어컨을 설치하겠어요. 창고에 쌓인 재고를 처리하는 데 3년은 걸린 것 같아요.”

회사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임원 1명이 에어컨 설계도면을 빼돌려 독립했다. 직원들도 대부분 데리고 나갔다. 신 대표는 공사 수주를 위한 설명회 등 그 임원이 하던 일까지 모두 해야 했다.

◇에벤에셀 하나님=그런데 그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제게 사업을 설명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달란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어요. 반면 남편은 다혈질적이고 융통성이 없어요. 이후 모든 사업설명은 제가 했고 효과가 나타났죠.”

이런 위기를 거쳐 회사는 현재 2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어컨을 설치·감독하는 직원만 10여명이다.

포시즌시스템은 교회의 시스템 에어컨만 설치해왔다. 광림교회, 서울 마포 공덕교회 등 150여곳이 그의 고객이 됐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교회 일만 하게 돼요. 사찰과 성당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공사도 마다하지는 않는데 막판까지 가면 계약이 안되더라고요.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 같아요.”

사실 업자들은 교회 공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교회는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길다. 목회자, 각종 위원회, 성도까지 설득해야 한다. 또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통 주일에만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6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2년여 걸린다.

그는 “하고 있는 일을 통해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덤으로 살고 있으니 욕심내지 않고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월드비전,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초록어린이재단 등에 매월 5만∼10만원씩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 광림교회 실업인선교회 등을 통해 몽골 등 해외선교를 위해서도 수십만원을 지원해왔다.

신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스마트폰 안에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남들은 가족, 애완견, 풍경 사진 등을 넣고 다니는데 나는 일 때문에 찍은 실외기 같은 사진밖에 없다”는 푸념과 함께. 하지만 스마트폰 안에 있는 현장 사진들은 신 대표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약력 △1997년 삼성열기포시즌공조㈜ 공동대표 △2014년 포시즌시스템㈜ 상호변경 △2006년 서울지방조달청장상 △2007년 여성가족부장관상 △2009년 서울지방 중소기업청장상 △현재 포시즌시스템㈜ 공동대표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