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쪼갠 오이에 소를 박은 ‘오이소박이’

입력 2015-05-23 02:19

오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한쪽 끝을 조금 남기고 보통 네 갈래로 쪼갠 다음 그 속에 파 부추 고춧가루 등을 버무린 ‘소’를 넣은 김치를 ‘오이소박이’라고 합니다.

오롯한 정성이 가득 담긴 우리 음식의 풍취를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소박이’라고도 하지요. ‘오이에 소를 박은 김치’라는 뜻입니다. ‘오이소배기’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잘못입니다.

‘소’는 송편이나 만두 따위를 만들 때 익히기 전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 또 통김치나 오이소박이 등을 담글 때 속에 넣기 위해 부추 양파 무 마늘 고춧가루 등을 버무린 것을 말합니다. ‘속’에 넣는 것이어서 ‘만두속’ ‘김칫속’으로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만두소’ ‘김칫소’입니다.

늙어 누렇게 된 오이를 ‘노각’이라고 하지요. 오해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속담 ‘오이밭(외밭)에서는 신이 벗겨져도 고쳐 신지 마라’는 뜻을 가진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의 ‘과’가 ‘오이 과’자입니다.

오이가 들어가 시원하지 않은 음식이 없다고 하는데 냉국이 이를 말해주지요. 흔하면 귀한 줄 모른다 했던가요. 음식 재료의 일등품치고는 값이 싼 오이가 요즘 한창입니다. 오이를 ‘외’라고도 하는데 ‘참외’는 사촌쯤 되겠네요.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