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경근]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두 달

입력 2015-05-23 00:20

지난 3월 25일. 새봄의 출발과 어울리는 새롭고 의미심장한 출발이 있었다. 서울 반포동에 문을 연 ‘양육비이행관리원’이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여성가족부와 함께 자녀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전담 기관 설치 방안 및 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해 온 인연으로 출범식에 초대받았다. 각계의 관심 아래 치러진 출범식을 마치고 양육비이행관리원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작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출범 첫날임에도 상담전화가 폭주하고 있었다.

10명이 넘는 상담직원들이 모두 각자 수화기를 붙들고 상담에 응하는데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는 눈치였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출범 첫날에만 3300통 이상의 상담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양육비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한부모 가족이 39만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숫자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많은 국민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은 갑자기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 사실, 이혼 후 미성년인 자녀 양육비 확보에 관한 논의는 10년 전인 2004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과 법무부가 협의이혼 제도 개선과 함께 이혼 후 미성년 자녀 양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이에 따라 2007년과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재판상 이혼의 경우뿐 아니라 협의이혼에 있어서도 자녀 양육사항에 관한 합의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합의에 따라 양육권을 갖게 된 쪽이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도 양육자 스스로 행사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생업과 양육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양육부 또는 모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법률적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복잡한 소송 절차에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양육비를 받는 데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거치면서 양육비 이행기관 설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어 갔으나 가시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2012년 ‘양육비 이행기관 신설’ 대선 공약을 계기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살든 아니든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양육 책임을 다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기관으로 아동 양육에 관한 다양한 제도의 종합판이다. 처음에는 이혼 후 자녀 양육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였지만 미혼이나 비혼 자녀의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그 외연을 확장했고 법률 지원뿐만 아니라 상담과 합의, 채권추심 지원과 함께 미성년 기간 동안 양육비 이행을 지속 지원하도록 두터운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하였다.

우려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서울에만 설치돼 있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내 기구로 설립되어 법적 지위가 약하다. 그렇지만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우리 사회의 모든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앞선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이곳에서 도움을 잘 받았다는 한부모 가족의 사연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한부모 자녀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주는 기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