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번째 감염 공포… 아시아서 2차 감염자 나오기는 한국이 처음

입력 2015-05-22 02:28
중동에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입국자들이 21일 발열 감지기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환자가 3명으로 늘면서 방역이 강화됐다. 인천공항=서영희 기자
신종 바이러스성 질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세 번째 환자 B씨(76)는 첫 환자인 A씨(68)와 불과 5시간여 동안 병실을 함께 쓰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메르스는 ‘밀접한 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가 나오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선 1명씩 감염된 사례가 있지만 2차 감염자는 없었다.

2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B씨는 지난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모 병원에서 A씨와 한 병실(2인실)에 있었다. 그는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현재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에 격리된 상태다. 발열 외에 다른 증세는 없다.

첫 환자인 A씨는 지난달 8일부터 지난 3일까지 바레인에 체류하면서 농작물 재배 관련 일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추가 역학조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와 UAE는 메르스 발생국이다. 그동안 바레인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나라 중 한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A씨는 지난 4일 귀국한 뒤 12∼14일 의원급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고, 15∼17일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B씨와는 16일에 한 병실을 썼다. 이어 17∼20일에 또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17일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한 의원급 병원에서 엑스선을 찍고 30분간 머물기도 했다. A씨의 부인(63)도 이 기간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은 A씨가 병원 4곳을 옮겨 다니는 동안 ‘밀접한 접촉’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의료진 61명과 가족 3명을 자택에 격리 조치했다. 의료진의 경우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도록 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엑스레이 기사, 급식 요원 등 업무상 A씨와 마주친 사람은 모두 격리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A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승무원 및 여행객에 대한 검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잠복기(2∼14일)에는 전염력이 없다. A씨가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으므로 기내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메르스는 ‘밀접한 접촉’에 의해서만 사람 사이 감염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중동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감염은 가족 간 또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이뤄졌다. 하지만 2012년에 처음 발견된 신종 질환이라 의료계가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예방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A씨와 그의 부인은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고, B씨는 열을 내리는 치료만 받고 있다. 양 본부장은 “확산 추이는 3∼4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