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차기 국무총리로 낙점됐다.
여권은 황 후보자에 대해 호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선의 뚜껑이 열렸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황 후보자를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여권 주변에 나돌았다. 황 후보자도 총리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와중에 현역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로 발탁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번 인선 역시 ‘깜깜이’로 이뤄졌다. 여권과 법무부에서 황 후보자의 총리 발탁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극도의 보안 속에 총리 인선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법무부 내부에서는 인선 사실이 발표되자 “진짜 장관이 총리로 가는 것이 맞느냐”며 놀라는 간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마땅한 총리감 없자 현역에서 차출=박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에서 차기 총리감을 고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집권 중·후반기를 맞아 ‘법과 원칙’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 것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조인 출신 중에서 총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처럼 퍼졌고, 결과론적으로 맞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1일 “박 대통령 의중 속에 항상 황 후보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 대통령은 끝까지 황 후보자에게 법무부를 맡기려고 했으나 총리감으로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아끼려 했던 황 후보자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명망가 출신 법조인은 많지만 박 대통령 마음에 드는 법조인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법조인 출신 총리 거론 인사들이 전관예우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자 현역에서 차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둔 ‘황교안 카드’, 막판에 설득한 듯=청와대는 다양한 총리 후보군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이 고사하거나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후보자는 지난 18일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리직 제안이 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황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인선 막바지에 황 후보자를 접촉해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황 후보자가 고사하다가 청와대의 강한 의지를 읽고 총리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문회 통과 경험에 기대 걸어=청와대가 이번 인선에서 가장 신경 썼던 대목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다. 사실 검찰을 떠나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변호사 생활을 했던 황 후보자도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조용히 넘은 몇 안 되는 인사다. 청와대는 이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반론도 있다. 장관과 달리 총리는 국회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한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손쉽게 거쳤다고 해서 총리 인사청문 절차를 가볍게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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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2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