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입양 가족들 사랑하면서 서로 닮아가요

입력 2015-05-23 00:16
가족이 되는 방법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입양을 통해서다. 신간 ‘가족 꽃이 피었습니다’는 쉰여섯의 입양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홍성사 제공
가족이 되는 방법은 뭘까. 책의 ‘날개’에 써 있는 글에서 짧지만 귀한 답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낳은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훌륭하십니다. 정말 좋은 일을 하셨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신기하게도 닮았네요.’ 이런 주위 반응에 입양 가족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희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아빠 엄마예요. 우리 가정에 찾아온 아이가 바로 복이죠.’ ‘사랑하면 닮는 거 모르셨어요?’ 우리 가족입니다.”

이 책에는 쉰여섯 입양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펼치고 있는 ‘입양 가족사진 공모전’에 출품된 사연과 사진을 토대로 엮었다.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개성이 다르듯, 입양 가족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입양 스토리를 갖고 있다.

입양 가족이 기록한 생생한 사연과 함께 펼쳐지는 일상 사진들 속에는 여느 가정의 모습처럼 좌충우돌 시끌벅적, 정신없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행복한 웃음. 입양 가족은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프랑스로 입양되어 자란 세갱 줄리앙은 모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에 왔다가 아내를 만난다. 그리고 생후 50일된 아들 루이를 입양하고 아빠가 된다. 루이의 프랑스 할머니는 “아들을 선물로 받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예쁜 손자까지 만나게 되다니, 정말 감사하다”(10쪽)고 고백했다.

사랑해서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엄마 아빠는 첫 육아에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 게다가 큰 아들은 늘 심심하다고 보챈다. 아들의 평생 친구인 둘째를 입양했더니 동생을 보느라 더 이상 심심하다고 보채지 않고 좋단다. 부부도 비로소 부모가 되어갔다. 30개월쯤 되면서 둘째 아들이 출생과 생모에 대해 묻고 형과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자, 셋째 아들을 입양했다. 둘째는 더 이상 외롭다고 투덜대지 않았고, 첫째는 더 의젓해졌다. 물론 셋째는 형들과 노느라 즐겁다. 부모는 이 행복이 너무나 감사해 2013년 넷째 아들을 입양했다. 막내는 형이 셋이나 있어선지 무엇이든 척척 알아서 잘한다.

이로써 네 아들의 부모가 된 엄마 아빠는 말한다. “사랑하면 행복이 배가 된다더니 우리 가족은 행복이 제곱이 되었습니다. 사랑해서 둘이 결혼했을 때보다 지금이 6만5536배 더 행복합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깨달아 알게 하시고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23쪽)

결혼하면 절로 부모가 되는 줄 알았는데, 12년이 지나도 아이에 대한 소식이 없자 부부는 안타까움과 절망 가운데 지냈다. 그 눈물이 고드름처럼 싸늘하게 부부의 마음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을 녹인 게 입양한 딸 주희다. ‘주님이 주신 기쁨’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둘째 아들을 만날 땐 기쁨의 강물이 온 세상을 적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혜강’, 은혜의 강으로 지었다. 주희와 혜강 아빠는 책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아내와 둘이 살 때에는 두발자전거처럼 계속해서 달려야 했습니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그냥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딸을 만나고 난 후 세발자전거처럼 멈추어도 넘어지지 않는 안정된 가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만나고는 자동차처럼 씽씽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은혜의 강에서 주님의 기쁨을 노래합니다.”(203쪽)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입양으로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다. 입양을 통해 아빠가 되고, ‘내 엄마’를 찾겠다는 아이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다 진짜 엄마가 되어 간다. 그렇게 입양은 특별한 사람들의 선행이나 희생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가족의 품 안에서 이렇듯 밝은 얼굴로 자라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가족이 되는 필수 조건은 피보다 진한 사랑과 함께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낸 시간이다. 5월 가정의 달이 다 가기 전에 가족의 의미를 한번 새겨보는 건 어떨까.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