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중2병’ 앓는 자녀들이 보고 싶은 아빠 모습은?

입력 2015-05-23 00:17

‘집 나간’ 아빠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가 가정에서 중심을 잡고, 아내의 불안을 잠재우고 아이들을 절제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큰소리만 친다면 더 큰 문제를 부른다. 반대로 지금 당장 서툴다고 뒤로 물러서거나 무관심으로 방치한다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다.”(44쪽)

이렇게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아빠들이여, 집으로 안돌아올 것인가. 저자는 자녀들을 위해, 자녀들 앞을 가로막는 잘못된 생각들을 제거하기 위해, 아빠가 가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점에 가보면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이 많다. 대부분 가정사역자나 교육 전문가들이 집필한, 이론에 충실한 책들이다. 이 책이 끌렸던 건 제목부터 신선했고,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회에서 20여년 중등부 교사를 하며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2병’을 앓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이 책도 구상했다. 내 아들과 딸을 이렇게 키워서 좋은 대학에 보냈다고 자랑을 늘어놓은 게 아니라, 그저 평범한 아빠가 세 아이 얼굴을 늘 웃음 짓게 한 소소한 일상들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옮긴 회사에 있는 헬스장에서 몸을 가꾸는 저자를 보며 ‘중2’ 아들은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덕분에 살은 많은 빠지시고, 근육이 늘었다. 그래서 집에 오시면 ‘근육 자랑’을 하신다. 나쁘진 않지만 정도가 조금 지나치신 것 같다. 아빠는 옛날에 개구쟁이였을 것이다. 재치있고, 잔머리 굴리기를 잘하셨을 것 같다. 집에서는 가끔씩 유머를 하셔서 분위기를 띄우신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조금 적다. 하지만 아빠는 계속 유머를 하신다. 다른 아빠들에 비해 조금 ‘신세대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빠가 한 일은 큰 게 아닌데, 아들은 아빠를 참 밝고 긍정적으로 그렸다. 친구처럼 생각했다. 이런 아빠를 둔 아들이라면, ‘중2병’도 별 탈 없이 보내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 중 꼴찌인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저자의 아들이 일기에 쓴 것처럼 그 역할이 대단한 게 아니다. 시간을 조금만 내면 가능한 일이다. 가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유머를 하는 것도 좋고, 요리를 해주며, 수수께끼를 내고,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 된다. 책에서 그런 코치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 살을 부비고, 삶을 부비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자녀들에게 선물할 가장 중요한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