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적도시’ 팔미라 결국 IS 손에… ‘일진일퇴’ 시리아군 퇴각

입력 2015-05-22 02:14

미국과 아랍국들의 공습으로 몇 개월간 주춤했던 ‘이슬람국가(IS)’의 공세가 최근 확연히 되살아났다. IS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라크 라마디를 점령한 데 이어 20일에는 시리아의 팔미라까지 장악했다. 두 도시 모두 핵심 거점도시이고, 정부군이 탄탄하게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던 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IS의 화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영국 BBC방송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IS가 시리아 한가운데 있는 도시인 팔미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막판까지 폭격을 주고받으며 저항했으나 결국 모두 퇴각했다. 팔미라 동부지역은 양쪽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시리아 서부의 주요 도시인 홈스주에 위치한 자즐 유전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팔미라는 다마스쿠스와 시리아 남서부 해안도시,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엘조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교통요충지다. 시리아 한가운데 위치해 어느 쪽으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군수물자 보급에도 유리해 사실상 전세(戰勢) 자체가 IS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여러 전선에서 전투를 치러 이길 만큼 막강한 전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향후 IS의 세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팔미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유적이 있어 IS에 의한 훼손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이라크에서 점령지의 고대 유적지를 파괴하는 동영상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는 IS가 팔미라 유적지도 부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유네스코는 경고했다.

기원전 1세기부터 3세기까지 번성했던 팔미라에는 웅장한 건물들을 떠받친 기둥들과 원형극 경기장, 묘지 등 고대 유적이 남아 있다. ‘사막의 베네치아’라고 불렸을 정도로 중동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폭탄을 실은 차량을 이용한 IS의 자살폭탄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군에 휴대용 대전차로켓 1000대를 지원키로 했다.

IS는 최근 이라크 라마디를 함락시킬 때 폭탄을 실은 불도저로 정부군 방어선을 뚫은 뒤 역시 폭탄이 실린 험비(군용차)와 트럭 30여대를 앞세워 승기를 잡았던 것으로 미 국방부는 분석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1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군사 협력도 요청할 계획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