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시장이 오랜만에 서비스 경쟁 분위기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은 ‘밴드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 하루 만에 15만명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20, 30대 비중이 50%였고 50대도 17%에 달했다. SK텔레콤 30년 역사상 신규 요금제 출시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가입자 증가 추세다. 기존에 가입자 증가가 가장 빨랐던 건 2013년 3월 출시된 ‘T끼리 요금제’로 이틀 만에 15만명을 넘었다. 가장 먼저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KT는 25만명의 가입자를 넘었다. LG유플러스도 10만명 이상이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요금제가 초반에 좋은 반응을 얻자 이통사들은 자사 요금제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KT 마케팅부문 무선사업담당 박현진 상무는 2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갖고 “대부분 사용자들은 월별로 데이터 사용 편차가 있는데 KT 데이터 요금제는 남으면 다음 달로 이월하고, 부족하면 미리 당겨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밀당’ 제도가 있어서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모든 요금제에서 유·무선 무제한 통화가 가능하고 다회선 및 가족 고객에게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동영상 시청 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데이터 제공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한다.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건 일선 판매점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마트폰 보조금이 얼마인지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요금제를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KT의 경우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문의가 하루 4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SK텔레콤도 요금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11배 늘어났고, 단말기 판매량도 20% 늘었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데이터 요금제 알리기에 힘을 쏟는 건 보조금의 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선이 33만원으로 제한된 데다 보조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선택요금 할인의 비율이 20%로 상향 조정되면서 보조금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통사로선 매력적인 요금제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통사마다 특징은 있지만 전반적인 요금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달이면 출시 15개월이 돼 보조금 제한이 풀리는 갤럭시S5가 기다리고 있다. 구형폰으로 보조금 경쟁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부는 알뜰폰에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제공하도록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 단 시기는 시장 상황을 보고 추후에 결정키로 했다.
미래부는 알뜰폰 활성화 3차 계획을 통해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의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도매대가)를 지난해보다 낮추고, 전파사용료 감면 기한을 내년 9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데이터 중심 요금제’ 흥행 대박… 이통 3사, 모처럼 서비스 경쟁
입력 2015-05-22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