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소련 전쟁포로 생존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지만 나치의 과거사 만행을 사과하고 ‘해야 할 일은 한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AP통신과 쥐트도이체 차이퉁(SZ) 등 현지 언론은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가 20일(현지시간) 1000만 유로(약 122억원)를 보상액으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러시아 정부가 전쟁포로 생존자를 4000명가량으로 추산하는 만큼 1인당 2500유로(약 303만원) 수준의 보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현재 외교안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면서도 과거사를 직시하고 계속해서 사과하는 독일의 최근 행보는 눈에 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의 옛 포로수용소를 찾아 “유대인 대학살로 인해 나치의 다른 전쟁범죄들이 가려져 있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지난 10일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했다.
독일은 전후 나치 피해 당사국 등에 보상을 계속해왔다. 1950년대에는 나치 피해자 연방 보상법을 통해 자국 거주자 위주의 속지주의에 근거해 개인 보상을 실시했고,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유대인을 지원하는 법률 등으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1959∼1964년에는 네덜란드 등 서구 피해국과 개별 협정을 맺어 보상하고 1990년 통일 이후에는 폴란드 등 동유럽 나치 피해자 대상의 화해기금을 만들어 보상을 이어갔다.
특히 2000년에는 정부와 당시 강제노동 관련 기업들이 함께 100억 마르크(약 6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설립, 여러 국가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실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반성의 아이콘’ 獨 또… 나치 피해 소련 생존포로 4000여명에 122억원 보상
입력 2015-05-22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