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북 최대 폭력조직이었던 ‘수유리파’ 조직원 이모(35)씨는 2012년 가을 조직을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2010년 경찰의 단속으로 대거 구속됐던 조직원들이 하나둘 출소하면서 경찰에 조직을 넘긴 배신자 색출 작업을 벌였을 무렵이었다. 수유리파 행동대장이던 유모(39)씨는 이 과정에서 이씨에게 반대파 ‘숙청’ 임무를 맡겼다. 유씨가 반대파로부터 배신자로 지목 당하자 먼저 손을 쓰려 한 거였다.
하지만 이씨는 지시를 어기고 그대로 잠적했다. 흉기를 동원한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세 살배기 자녀가 있던 그는 그러다 검거되면 긴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조직과 연락을 끊고 가족과 함께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유씨는 곧바로 이씨를 찾아 나섰다. 도피 6개월째인 2013년 4월 이씨는 꼬리를 밟혔다. 유씨는 이씨의 게임 친구였던 김모(41)씨를 동원해 게임아이템 거래를 빌미로 유인했다. 유씨 일당은 이씨가 나타나자 흉기로 위협하면서 인근 야산 등으로 끌고 다니며 쇠파이프와 철제 삼단봉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이씨는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만신창이로 버려졌다. 추가 보복이 두려워 병원에도 가지 못했다. 형 이름을 빌려 간신히 한의원에서 약을 타다 먹었다. 골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직원 이씨를 납치해 보복 폭행을 가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유리파 행동대장 유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김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살벌한 ‘조직의 쓴맛’… 손 씻고 가족과 도피한 조직원 쇠파이프 등 동원 무차별 폭행
입력 2015-05-22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