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알바비·부당 근로 해결해 드립니다” 대학 축제에 흥신소 등장?… 노무사가 부당사례 직접 상담

입력 2015-05-22 02:08

“떼인 아르바이트비 받아드립니다. 물풍선도 던지고 가세요.”

봄 축제가 한창인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 ‘흥신소(興信所)’가 등장했다.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섰다가 임금 체불 등 각종 부당사례를 겪은 대학생을 고객으로 했다. ‘알바 흥신소’는 축제장 한복판에 세로 2m, 가로 7m 캐노피 천막으로 설치돼 있었다. 청춘이 느끼는 이 시대의 울분이 이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오후 1시 기계공학과 이모(22)씨가 부스 앞에 적힌 ‘한양인 호구 조사’라는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호구’는 어수룩해 이용하기 쉬운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주먹 크기의 물풍선에 검은 매직펜으로 ‘돈 내 놔라, 이 자식아!’라고 쓴 뒤 부스 옆 입간판을 향해 던졌다. 물풍선은 입간판에 그려진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악역 캐릭터 ‘집게 사장’에 명중했다. 행사를 마련한 국어국문학과 2학년 김수진(20·여)씨는 “집게 사장 캐릭터는 돈 버는 게 유일한 관심사인 악덕업주를 상징한다”며 “악덕업주, 진상손님 등을 상징하는 캐릭터에 물풍선을 던져 스트레스를 푸는 ‘앵그리(angry) 알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업주 이름) 돈 내놔’ ‘회식 그만, 야근 그만’ ‘저녁 좀 줘’ 등의 문구가 적힌 물풍선 60여개가 2시간 만에 소모됐다.

‘흥신소’ 한쪽에선 전문 노무사가 임금 체납 등 각종 부당사례를 상담해줬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 공인노무사 하윤성씨는 “학생들은 피해를 신고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근무 시간, 월급 내용 등을 장부를 적듯 꼼꼼히 적어두면 체불 임금 신고에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진(24)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임금 체불’ ‘꺾기’ 등 알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각종 부당사례들을 꼬집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기획했다”며 “공부할 시간을 쪼개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여러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홍석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