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기만 했던 대기업 면접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올해 상반기 공채 면접에서 ‘부드러운 면접 분위기 창출’에 공을 들였다. 면접자들은 미래의 동료 사원일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면접자들의 경험담은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기업들이 면접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공채 면접을 진행 중인 LG유플러스는 면접자들을 위한 쾌적한 환경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대기실에 벚꽃나무 모형을 설치해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에게는 LG유플러스에 바라는 점을 쓸 수 있는 엽서를 나눠줬다. 지원자들은 엽서에 주로 ‘지원자들을 인솔하는 멘토가 따로 있어서 면접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의견을 적었다고 한다. 엽서에 제출된 의견들은 다음 채용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면접에 지원자 4∼6명당 희망하는 부서의 선배 사원 1명을 멘토로 배치했다. 선배들은 면접 준비시간 동안 지원자들에게 직무에 대해 대화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면접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게 했고, 대기실에는 지원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채용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적은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한화갤러리아도 편안한 복장과 분위기로 면접을 진행하는 ‘캐주얼 인터뷰’를 실시하고 있다. 캐주얼 인터뷰는 정식 면접 전에 진행되는 일종의 사전 면접이다. 주로 카페에서 실무담당자와 지원자가 대화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평가’라는 느낌을 주는 요소인 평가지, 지원자 이력서 등은 배제하고 캐주얼 복장을 입은 실무진이 지원자와 1대 1 또는 1대 2로 대화를 나눈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미처 못 쓴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지원자는 편하게 본인을 어필하면서 회사 및 직무에 대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물을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1차 면접 장소 역시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진행해 지원자가 긴장하지 않고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부터 불합격자에게 면접 전형별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2010년부터 모든 면접 전형이 하루에 끝날 수 있도록 절차를 줄인 원스톱(One-Stop) 면접을 진행 중이다. 면접 중간에 점심식사가 제공되고, 치약·칫솔·구강청정제 등 편의용품도 비치해 면접자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면접관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롯데는 면접관 인증제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면접관을 육성한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면접관이 될 수 있고, 매년 채용 절차 전 재교육을 통해 면접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들이 기업에 대해 갖게 되는 첫인상은 기업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구직자들을 배려하는 새로운 면접 문화는 업계 전반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확 바뀐 대기업 면접… 편하고 부드러워졌다
입력 2015-05-2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