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16강 1차전 ‘명암’… K리그 4龍 중 성남만 웃었다

입력 2015-05-22 02:08
김학범 감독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시민구단 성남 FC는 ‘아시아의 맨체스터시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잡고 활짝 웃었다. 반면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3위를 차지했던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 FC 서울은 모두 기대 이하의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전북과 수원은 26일, 성남과 서울은 27일 원정으로 2차전을 치른다. 자칫 16강 무더기 탈락이라는 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다.

◇칸나바로 위에 김학범=성남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광저우를 2대 1로 꺾었다. 시민구단 최초로 대회 16강에 진출한 성남은 원정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독일의 축구선수 이적료 정보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성남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1098만 파운드(187억원)이다. 브라질 출신 골잡이 히카르두 굴라트와 엘케손(이상 광저우)의 몸값만 해도 1425만 파운드(243억원)로 성남 선수들 전체 몸값을 크게 상회한다. 성남은 몸값이 승리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성남의 반란 뒤엔 ‘학범슨(김학범+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김학범 감독의 지략이 있었다. 1-1로 전반이 끝난 뒤 내린 그의 선택은 놀라웠다.

김 감독은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득점할 수 있고 반대로 실점할 수도 있다. 실점했다고 잠그면 안 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라”고 주문했다. 성남은 거세게 몰아붙여 종료 직전 기어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어떻게든 승부를 보려한 김 감독이 무승부에 만족하려 했던 광저우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보다 한 수 위였다.

◇비상 걸린 기업구단들=지난 19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1대 1로 비긴 전북은 2차전에서 2골을 넣고 비기거나 이겨야 16강을 통과할 수 있다. 수원은 이날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2대 3으로 역전패해 2차전에서 2골 차 승리를 거둬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서울은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전날 감바 오사카와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1대 3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K리그 명문 수원과 서울이 나란히 일본 클럽에 패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K리그 팀들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하는 J리그 팀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J리그 팀들이 정교한 패스뿐만 아니라 체력과 스피드까지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시와의 경우 수비에 치중하다가 전광석화처럼 상대 배후를 침투해 마무리하는 선진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전북이, 16강 1차전에서는 수원이 가시와에 당했다.

하세가와 겐타 감바 감독은 “한국은 체력적인 면에서 강하고 볼 처리에서도 강하다”며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일본이 한국처럼 잘하지 않으면 불리하다. J리그 선수들이 좋은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체력과 기본적인 면에서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