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큐레이터 신정아

입력 2015-05-22 00:10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들었다. 신정아. 그가 8년 만에 본업인 큐레이터로 돌아온다. 2007년 학력위조와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염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일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다.

신정아 파문이 기억에 더욱 또렷한 것은 십 수 년 전 기획예산처 출입기자 때 비교적 가까웠던 변 실장에 대한 회상 때문이다. 당시 국장이던 그는 기자들에게 미술에의 열정을 자주 드러냈다. 한번은 점심 후 차를 함께 마시다가 “고교 때 내 꿈은 화가였어”라고 털어놨다. 후일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수감생활 후 한동안 잠잠하던 신씨는 2011년 초 자기 고백적 내용을 담은 ‘4001’을 출간했다. 그는 “부풀려진 이야기를 바로잡고 한번쯤은 신정아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조르고 싶었다”며 책을 낸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책에서 실명으로 거론된 인사들은 큰 곤욕을 치렀고,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연상케 하는 외할머니 부분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해 비난을 뒤집어쓴 채 그는 다시 잊혀져갔다.

이후 미얀마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는 신씨는 작년에 드라마 출연설 등으로 근황이 반짝 알려진 후 이번에 가수 조영남의 작품 전시회를 기획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감회라기보다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전시회를 통해 용서, 화해와 같은 종교의 본질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화두들이 모두 자신과 연관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조영남은 이번 전시회를 신씨의 ‘조심스러운 신장개업’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마따나 신씨는 어렵게 큐레이터로서 재기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그는 죗값도 이미 치렀다. 우리도 신정아를 스캔들의 주인공에서 놔줄 때가 됐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