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졸업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 교실에 돌아왔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맨 앞줄에 앉은 아이부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엉덩이를 막대기로 한 대씩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던 아이들은 나중에는 투덜거리며 앞으로 나오지 않으려 했다. 마지막 아이까지 매를 때린 뒤 선생님은 막대기를 내려놓고 말했다.
“너희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더 자라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매를 맞는 일을 한번쯤은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을 미리 알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주는 졸업선물이다.”
며칠 전, 24년 동안 누명을 쓰고 살아온 사람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스물 중반 무렵 그는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던 동료의 자살을 부추기고 유서를 대신 써 주었다는 죄명으로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 이후 쉰이 넘을 때까지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싸웠다. 아마도 그는 치욕과 분노와 무기력과도 싸워야 했을 것이다. 지옥과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는 하필이면 자신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수없이 질문했을 것이다. 무죄 판결이 확정된 뒤 그 답을 찾았을까? 물론 어떤 설명이 주어진다 해도, 혹여 그에게 누명을 씌운 누군가가 백배 사죄를 한다 해도 눈부신 젊음이나 그저 평범한 삶 어느 것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졸업식 날 굳이 매를 들었던 선생님을 떠올린다. 선생님은 세상이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 같은 믿음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런 믿음을 자꾸 되뇌는 건 아닐까?
한 사람의 훼손된 삶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자기 뜻과 상관없이, 이유도 모르는 채, 누구도 짐작 못할 고통을 오롯이 견뎌낸 사람들이 늘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죽었고 어떤 이들은 그래도 살아남았다.
부희령(소설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그 삶의 의미
입력 2015-05-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