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북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개성공단 방문 거부에 대해 “북한의 결정 번복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장님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앞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선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도 전달했다.
◇박 대통령 “유감”, 반 총장 “재방북 추진”=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면담 자리에선 북한의 돌연한 반 총장 방북 결정 번복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북측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한 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원칙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으로 개성공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임금 인상 등 문제를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반 총장도 “북한이 과거 입장을 번복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유엔에 대해선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반 총장은 또 “이번 북한의 결정 번복 경위는 잘 알 수 없다”면서도 “추후 적절한 계기에 다시 방북을 추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담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SLBM엔 엄중 대처, 북한 억류 국민 송환 협조 요청=박 대통령은 면담에서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과 관련해 “최근 SLBM 발사 등 엄중한 정치적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설명한 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4명의 송환을 위해 유엔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반 총장은 “북한에 주민 생활의 개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면담한 것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이후 6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 “일본 산업시설, 세계유산협약 정신 어긋난다”=박 대통령은 앞서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일부시설에서 비인도적 강제노동이 자행된 역사는 외면한 채 ‘규슈·야마구치 및 인근지역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는 것은 모든 인민을 위해야 한다는 세계유산협약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 간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세계유산은 국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대화, 화해, 우호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는 진정한 관계 개선 또한 어려울 것이라는 기존 인식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근대산업시설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이 포함돼 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저는 한국과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회원국 일원으로 한·일 양자 간 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며 “세계유산위원장에게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최근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다음 달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23개 시설 중 7곳이 대일 항쟁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시설이다. 이들 7개 시설에 무려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고, 그중 94명이 강제동원 중에 사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北, 반기문 방북 거부] 朴 “북한의 결정 번복 유감”… 潘 “방북 재추진”
입력 2015-05-2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