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국정원 직원 항소심서 가중 처벌… 법원 “죄질 불량 반성 없어”

입력 2015-05-21 02:34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과장과 협조자들이 항소심에서 가중 처벌됐다. 다만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대공수사 처장 등은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대학(大學)’의 ‘혈구지도’(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를 인용하며 피고인들을 꾸짖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20일 조작 사건의 주범 국정원 김모(49) 과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조선족 제1협조자’는 징역 1년2개월에서 징역 2년으로, ‘제2협조자’는 징역 8개월에서 징역 1년6개월로 형량이 늘었다. 재판부는 “김 과장은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공문을 추가 위조하는 등 모두 5개의 서류를 위조했는데 아무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 조작을 주도한 실무자는 가중처벌됐지만 서류 위조에 관여한 지휘라인은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김 과장을 제외한 대공수사팀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였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이 반영됐다. 위조 출입경기록이 사실인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작성한 선양총영사관 이인철(50) 전 영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벌금 700만원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대공수사국 이모(56) 전 처장은 징역 1년6개월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형이 낮아졌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 변호인은 “영사확인서를 위조한 중대한 혐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