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20일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KDI는 3.0%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가시적인 구조개혁 정책성과, 세수 결손 ‘제로’ 등을 제시해 사실상 2%대로 떨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성장률 2%대 전망은 국내외 기관을 통틀어 처음으로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3.1%보다 낮다. KDI는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유가하락 등의 여파로 0.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가 제시한 성장률 3.0%는 정부 전망치 3.8%보다 0.8%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책 연구기관이 ‘반란’에 가까운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으로, 한국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힘들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KDI가 지난해 하반기 올해 성장률로 3.5%를 전망했지만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0.5% 포인트 낮춘 것도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실적치가 기대보다 안 좋았기 때문이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이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KDI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수출 부진을 꼽았다. 올 1분기 수출 실적은 선박과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한국의 수출은 2000년대 들어 2008년까지 연평균 11.9%로 고속 성장했으나 2011∼2014년에는 한 해 평균 1%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수출 부진의 이유는 한국의 주력 수출 국가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다. 중국 경제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0.4%의 성장을 했으나 2011년부터는 연평균 성장률이 7.6%로 떨어졌다. 또 신흥국에 밀려 가격 경쟁력 등 대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KDI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지만, 문제는 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KDI는 3.0%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개혁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되며 세수 결손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올해 내 성공하기 힘들고, 세수 결손 또한 7조∼8조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성장률은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성태 연구위원도 “세수 결손만 감안하면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매우 낮고, 2%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경제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지출을 늘리는 등의 추가적인 경기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정정책의 경우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구조개혁을 촉진하고, 물가 하방압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윤성민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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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에 발목… KDI, 올 성장률 사실상 2%대 전망
입력 2015-05-21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