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드-非카드사의 협업’ 누가 웃을까

입력 2015-05-21 02:06

최근 잇따르고 있는 신용카드사와 비(非)카드사의 협업이 눈길을 끈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하려는 양측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이마트, KT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카드와 통신의 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하나SK카드는 통합 하나카드 출범 이후 SK텔레콤이 지분을 정리하는 등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너지 기대=현대카드는 최근 이마트e카드 5종을 출시했다. 사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기존 제휴카드와 달리 신세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게 핵심이다. 현대카드는 이번 제휴로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우량 신규 회원을 확보하고 대형유통점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20일 “제휴 카드를 설계할 때 카드사가 주도하는 게 일방적이지만 이 카드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양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현대카드와 신세계그룹의 협업은 이미 뿌리가 깊다. 현대카드와 이마트는 2013년 공동으로 주방용품 브랜드를 출시했고, 현대카드의 생수와 와인 브랜드를 이마트에서 유통시켰다. 2012년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요청으로 현대카드 사원증 디자인을 신세계 사원증에 도입하기도 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9일 KT와 ‘금융 정보통신기술(ICT) 신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를 활용해 금융 플랫폼 구축, 금융 편의 서비스 제공 등의 신규 업무를 공동 추진키로 했다. KT가 보유한 ICT 서비스 및 네트워크 인프라와 KB국민카드의 금융기반 기술 및 카드결제 관련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금융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미흡했던 성과=카드사와 비카드사의 결합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있다. 하나SK카드는 하나은행에서 분리된 카드 부문이 2010년 SKT와 합작하면서 공식 출범하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 금융과 통신 간 비즈니스 융합의 첫 모델이었다. 당초 SKT와 하나금융은 2500만명이 넘는 SKT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카드 시장 공략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SKT 가입자가 하나SK카드 회원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다른 카드사들이 설치하기 편리한 앱형 모바일카드를 출시하면서 모바일카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하나SK카드가 외환카드와 합병해 ‘하나카드’로 재출범하면서 SKT는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 참여가 어려워졌다. 결국 SKT는 보유 중이던 하나카드의 지분 25.4% 중 10.4%를 매각하는 대신 하나금융지주 지분 2.06%를 확보했다. 업계에선 SKT가 카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하나카드 관계자는 “SKT와의 제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핀테크 환경에서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상품 및 제휴 서비스로 시너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